[스포츠서울닷컴 | 서재근 인턴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젖소의 광우병 발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꿎은 국내산 소고기 판매 상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일반 고객이나 식당 등에 육류를 공급하는 독산동 우시장의 경우 소고기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소고기 판매 시장을 < 스포츠서울닷컴 > 에서 직접 찾아봤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독산동 우시장의 모습.

◆ 고객들 발길 '뚝', 독산동 우시장 상인 '울상'

축산물 전문 도·소매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27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우시장을 찾았다. 마장동 우시장에 이어 서울에서 가장 큰 우시장 중 하나로 알려진 독산동 우시장은 그 명성이 무색할 만큼 입구부터 썰렁했다.

시장입구에 있는 도매센터 건물에 들어가 보았다. 건물 안에는 수십 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정육점을 연상케 했다. 부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 1층을 비롯해 고기를 취급하는 지하 1층 매장은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매장 안에는 다섯 명도 채 안 되는 손님들만이 고기를 고르고 있었다.

십 년 넘게 이곳 우시장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팔아온 윤모(55)씨는 "광우병 보도가 나오자마자 다음날부터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미국산이고 뉴질랜드산이고 시장을 찾는 사람 자체가 없는데 원산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단골 식당 납품이 매출의 전부인데 그마저도 양이 많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내산 육우만 판매하는 점포들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 도매센터 건물을 빠져나와 우시장 골목으로 더 들어가 보았다. 빼곡히 늘어선 점포들 사이에 '국내산 육우'라고 적힌 팻말을 걸어놓은 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역시 한 명의 손님 없이 상인 혼자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매장 업주는 "문제가 발생한 것은 미국산 소고기인데 덩달아 국내산 소고기를 찾는 사람들까지 줄었다"면서 "구제역 파동이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매번 소고기 관련 보도만 나왔다 하면 아무 문제없는 상인들까지 피해를 본다. 매번 이렇게 피해를 보면서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수입 소고기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했다. 수입 소고기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아무도 미국산 소고기를 찾는 사람이 없다. 전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솔직히 광우병 보도가 나오기 전에 들어왔던 고기는 아무 이상도 없는 고기인데도 아무도 사지 않는다. 미국산 소고기를 찾는 사람이 없으니 창고에 쌓아놓고만 있다"고 하소연했다.

◆ 미국산 소고기 매출 '뚝', 호주산 '반사이익'

미국산 소고기와는 달리, 호주산 소고기 판매대는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시장을 떠나 수입육을 주로 취급하는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를 찾았다. 지하 1층 식품 매장은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일시 중단한 일부 대형마트와 달리 코스트코에서는 LA갈비, 차돌박이 등의 미국산 냉동육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고기를 사기 위해 매장을 찾은 최모(45)씨는 "광우병 발병과 관련된 소식을 들은 후에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면서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소비자 입장에서 손이 안가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미국산 소고기 판매대와는 달리, 호주산 소고기 판매대는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매장 내 수입산 소고기 매장의 대부분은 호주산이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구이용 냉장육의 경우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육 매장 한쪽 시식코너에서는 매장 직원이 호주산 스테이크용 등심을 직접 굽고 있었다. 고기 냄새에 하나둘씩 몰려온 고객들은 고기의 원산지부터 확인했다.

시식코너를 찾은 한 고객은 "예전에는 미국산 소고기를 주로 구매했었지만, 광우병 보도 이후에는 아무래도 미국산보다 호주산에 더 신뢰가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은 "광우병 관련 보도 이후 미국산 소고기를 찾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미국산 소고기의 매출감소가 고스란히 호주산 소고기 판매증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호주산의 경우 광우병 보도 이후 매출이 20~30% 정도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미국산소고기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산소고기 수입과 유통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4주년인 다음 달 2일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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